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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시간 매일매일 포르노를 봐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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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날상담소 작성일15-11-11 16:15 조회9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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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이모(가명·44)씨. 이씨는 여느 주부처럼 이른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나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 등교를 챙긴다. 대충 설거지를 마치는 오전 10시가 되면 이씨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서핑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씨가 접속하는 사이트가 좀 이상하다. 'www.badOOO.com, www.kinOOO.com, www.naviaOOO.com…' 이씨가 한 동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한 여성의 신음소리가 빈 방을 채운다. 구글 이미지 페이지에서 음란물에 관련된 오만가지 단어를 검색하기도 한다. ‘조건’ ‘엄빠주의’…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 위로 이씨는 바쁘게 마우스를 움직이며 남녀가 뒤엉켜 있는 화면을 캡처한다. 오후 2시가 돼서야 이씨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장을 보러 집을 나섰다.

#국제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모(가명·28)씨. 오전 9시부터 조교 업무를 시작하는 김씨는 대학원 수업을 듣고 오후 5시쯤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자신의 노트북을 켜서 해외 사이트를 열심히 돌아다닌다. 링크를 타고 계속 페이지를 옮겨 타면서 찾아낸 것은 한 남성의 성기 노출 사진. 미혼인 김씨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진을 캡처하고 링크를 복사해 정리한다. 작업을 마치는 시간은 밤 10시쯤. 김씨는 그때서야 TV를 켜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씨와 김씨는 모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국 소속 모니터 요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는 경찰청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민간 신고를 기초로 모니터 요원들에게 해당 음란 사이트 주소를 분배한다. 그러면 모니터 요원들이 규정에 따라 음란 콘텐트를 찾아내 심의 규정에 위배되는 부분을 녹화 또는 캡처한 뒤 사무처에 보고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방통위는 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음란물의 차단 및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집중 단속 기간’도 있다. 연예인의 섹스 동영상이나 IS 참수 영상 등 사회적 부작용이 큰 콘텐트가 유포되면 사무처 직원 인력만으로 확산을 막기 힘들다. 이 때문에 66명의 전체 모니터 요원의 도움을 받는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통신 콘텐트는 단순히 섹스 동영상 같은 음란물에 그치지 않는다. 'IS 참수 동영상'으로 대표되는 잔혹물도 모니터 대상이다. 요즘은 유해 콘텐트의 유통이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산된다. 이 때문에 각 모니터 요원의 업무도 '웹하드(동영상 콘텐트 담당)/SNS(트위터·페이스북에 게재된 콘텐트 담당)/국내 사이트/ 해외 사이트' 등으로 나누어졌다. 각각의 모니터 요원은 일급 2만2000원을 받으며 하루 평균 4시간 정도의 재택근무를 한다. 모니터 아르바이트 9년차에 접어든 주부 이씨는 모니터 업무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약간의 편의를 봐주긴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이 일을 해야 해요. 가족들과 휴가를 간다고 해도 노트북을 들고 가서 채증한 자료들을 보내야 해요."

'야동도 보고 돈도 벌고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모니터 요원은 대부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적은 시간만 일하면서도 생활비를 톡톡히 마련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던 대학원생 김씨는 지인 소개로 3년 전 이 일을 처음 시작했다. "익숙해지면 집에서 근무하는 일이니만큼 몸은 별로 힘들지 않아요. 하지만 평소 안 보던 것을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찾아서 봐야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때가 많아요." 그는 이 일을 시작하며 '포르노'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베테랑 모니터 요원 주부 이씨는 "저는 이미 결혼도 했고, 모니터 경력이 쌓이면서 이젠 남녀 성관계하는 모습은 그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동물과 사람이 함께 나오는 음란 영상을 볼 때는 여전히 고통스럽죠."라고 말했다.

참수 동영상을 모니터 하는 것도 힘들다. 참수가 집행되는 그 순간을 정확하게 녹화하거나 캡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반쯤 감은 눈으로 모니터를 해요. 사진은 계속 넘기면서 금방 캡처할 수 있지만 동영상은 직접 끝까지 봐야하기 때문에 사실 더 힘든 작업이죠."

이씨는 요즘 SNS 모니터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음란물 유통 문제가 양적인 것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SNS에 올라오는 음란물 수 자체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더 저질스럽고 퇴폐적인 내용의 콘텐트가 확산된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그에 따르면 SNS에서는 요즘 성기 노출 사진이 유행이다. 남성인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학생 몰래 자신의 성기를 촬영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는가 하면, 야외에 차를 세워두고 차문으로 가린 채 노출된 자신의 성기를 촬영하는 사람도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촬영된 영상이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 심지어 남의 성기 노출 사진을 자기 트위터에 퍼다 나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는 서로 좋아해요."

분별력 없는 초등학생이 스스로 음란물을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엄빠주의'란 말 아세요? '엄마·아빠한테 안 들키게 조심해라'라는 의미인데 '지금 집에 엄마 없음. 성관계 해드린다'라는 글과 함께 벌거벗은 사진이 올라오기도 하고, 남자 여러 명에 여자 한 명이 성관계를 하는 포르노 사진을 올려놓고는 '아, 나도 이렇게 강간당하고 싶다'라는 글을 올려놓기도 해요. 프로필 사진을 보면 모두 어린 아이들이에요." 두 아이를 키우는 이씨는 방심위 모니터를 하면서 SNS 세계가 얼마나 위험하고 문란한지 알게 됐다고 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부모들은 이런 세계를 당연히 모르겠죠. 다른 학부모에게 이야기하면 그저 '우리 애는 안 그러겠지'라고만 생각하더라고요."

아르바이트 업무를 숨기는 모니터 요원도 많다. 대학원생 김씨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잖아요. 보람있는 일이지만 굳이 말하고 싶진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왜 오랜 기간 이 아르바이트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채증해서 보고한 사이트가 다음번 접속 때 차단돼 있거나, 해당 음란물이 삭제된 경우 눈에 띄는 변화가 있으니까 확실히 보람이 느껴지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SNS를 관리하고 있는 이씨의 경우는 좀 달랐다. "해도해도 끝이 없고, SNS는 계정이 막혀도 다시 새로운 계정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기보다는 제자리걸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혜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청소년보호팀장은 "모니터 요원을 뽑을 때 반드시 면접을 치르는데, '사명감'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 하지만 이 일이 많이 힘들다 보니 사전 교육을 받는 도중에 못하겠다고 그만두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에만 성매매 및 음란 통신물 심의 건수는 5만4000건에 달한다. 이중 5만여 건이 게시물 삭제나 접속차단과 같은 시정 요구를 받았다.

박가영 기자 park.ga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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