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A(15) 양은 지난 8월 친구들과 함께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20대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다. 이후 신체 부위에서 냄새가 나고 소변을 볼 때 따가운 증상이 반복됐다.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망설여져 참고 지내던 A 양은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뒤늦게 찾은 병원에서 이름도 생소한 '
헤르페스'라는 성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 번 걸리면 완치될 수 없고 날씨가 덥고 몸이 피곤할 때마다 재발하는 무서운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고 A 양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성인이 된 후 출산할 때도 태아 감염 위험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A 양은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지난 7월 서울 강북 지역의 한 경찰서에서는 B(14) 양이 100여 명의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B 양과 성관계를 가진 40대 남성은 조사 과정에서 "(B 양에게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고 성병 감염을 의심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성관계 파트너가 많은 여성의 경우 성병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0대 성매매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10대 성병 환자가 1만2000명에 육박했다. 성병 환자 중에는
초등학생들도 포함돼 있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독·임질 등 성병에 걸린 환자 중 10대 환자는 1만1807명으로 나타났다. 2007년 1만793명에서 9.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10대 여자 성병 환자는 6725명에서 8259명으로 23% 증가해 더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 같은 실태를 반영하듯 성병에 대한 개념이 없는 10대들이 성병 증상을 호소하는 글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초등학생 5학년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네티즌은 "성기 주변에 좁쌀만 한 게 많이 났다. 곤지름인가"라는 글을 자신의 성기와 병이 의심되는 부위를 그린 그림과 함께 게재했다.
김세웅(가톨릭의대 비뇨기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10대들의 경우 성병에 걸려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 10대 성병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