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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방해’하던 성 착취 피해 아동 처벌법 개정된다…“추미애 강력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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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4-17 10:29 조회1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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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처벌하고 성 구매자를 보호하던 현행법이 개정될 전망이다.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에 대해 ‘자발성’을 따져 책임을 묻는 대신 ‘피해자’로 규정해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아동·청소년의 성 착취 고리를 끊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개정 배경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결단이 있었다. 현장단체들이 10년 넘게 개정을 촉구했지만, 번번이 법무부 반대에 가로막혔던 사안이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추 장관은 법무부의 미온적 대응을 반성하고 강력처벌을 약속했던 만큼, 이번 개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26.

 

14일 취재를 종합하면, 추 장관은 지난 9일 ‘성착취 아동·청소년 권리옹호 전문가그룹’과의 간담회에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 삭제, 형법 305조 미성년자의제강간 연령 상향 등 개정 방향에 동의했다.

 

아청법상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은 아이들이 성 착취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로 지목됐다. 현행법은 자발성을 기준으로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을 ‘피해자’와 ‘대상자’로 구분한다. 피해 아동·청소년은 보호 대상이지만, 대상 아동·청소년은 처벌 대상이다. 성매매를 일으키는 주체를 아동·청소년으로 여기는 시각이다.

 

대상 아동·청소년이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인 건 아니다. 하지만 처벌 성격을 가진 보호처분을 받는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보호관찰,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소년원 송치 등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응답자 절반가량(46.6%)이 보호처분을 처벌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자신도 처벌받을까 봐 성 착취 피해를 신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해자들은 이를 협박수단으로 악용한다. 신고하지 않으니 수사도 진행되지 않는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해당 조항이 성 구매자를 보호하고 있다”라며 “가해자들을 가장 떨리게 하는 게 피해자의 신고인데, 아동·청소년은 신고를 못 하니 오히려 범죄의 표적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3.25.

 

이는 아동·청소년의 ‘자발적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성 착취를 자발과 피해로 구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근본적 원인으로 가족관계 해체, 사회안전망 미흡 등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동·청소년이 아니라 이를 악용한 성인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아동·청소년 특성상 유혹과 유인에 넘어가기 쉽다”라며 “성인에겐 미성년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른들이 어떤 행동을 했느냐의 문제다. 자발과 비자발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 구조는 비슷하다. 텔레그램보다 먼저 무분별한 성 착취가 이뤄진 곳이 ‘채팅앱’이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10명 중 7명이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에 유입됐다고 응답했다. 성 구매자들은 돌봐줄 보호자가 없거나 돈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에게 ‘예쁘다’, ‘재워줄게’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들은 ‘사진 한 번만 보여달라’라며 사적 촬영물을 손에 넣는 순간 돌변해 ‘유포 협박’하며 성관계 등을 강요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경우 SNS에 자신의 노출 사진을 올리는 ‘일탈계’ 10대 여성 청소년의 사적 촬영물과 신상정보 등을 탈취해 ‘유포 협박’하며 더 자극적인 촬영물을 찍도록 강요했다. 김예원 변호사는 “채팅앱 사건과 텔레그램 사건은 출발점과 과정이 전혀 다르지 않다. 단일하게 성 착취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3.04

 

이에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을 삭제하고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단체가 10년 넘게 개정을 촉구했을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유엔 아동인권위원회의 권고가 계속됐다.

 

하지만 법무부는 꼼짝하지 않았다. 해당 규정 삭제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보호처분을 폐지하면 대상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재유입을 방지할 수 없다’라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370개 단체로 이뤄진 ‘아청법 개정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는 법무부 반대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무부의 입장 선회는 추 장관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관계자는 “법무부가 기존 입장을 반복해 간담회가 길어질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추 장관이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 삭제 등에 의지를 갖고 실행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추 장관은 미성년자의제강간 연령을 상향하는 방향의 개정안에도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305조 ‘미성년자의제강간’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한 사람에 대해 미성년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죄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성 구매자들이 채팅앱 등을 통해 만난 아동·청소년과 동의하에 성관계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의제강간 연령을 만 18세로 높여 성 착취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방향이다.

 

검찰과거사위는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논의한 결과 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법무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한 후 19일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18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의 모습. 2019.03.18.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사위는 그동안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상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이번 임시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진경 대표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여성 인권에 있어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에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태도에서 돈을 주고 성을 사고파는 행위의 주체를 여성으로 봤다. 여성들이 목숨보다 중요한 정조를 돈 때문에 남성을 유혹해 판다는 식이 기본 전제였다. 이런 시각이 10대 여성 청소년에게도 적용된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성 착취 사건에서 성인들에게 빠져나갈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성 착취의 본질을 꿰뚫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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