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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자정이 돼도 어둠과 적막뿐, 찾는 발걸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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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5-04 10:43 조회1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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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사실상 폐쇄] 현장 가 보니
 

                          지난달 30일 자정께 부산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거리. 업소들이 불을 끈 채 거의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자정 부산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거리. 업소들이 불을 끈 채 거의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낮보다 밤이 더 북적이는 부산 서구 ‘완월동’에 자정이 찾아왔지만, 어둠과 정막만이 흐른다. 거리를 환히 밝히는 홍등은 사라졌다. 거리 전체를 통틀어 3~4개 정도의 창가에서만 커튼 사이로 붉은빛이 새어 나온다. 동행한 여성단체 직원은 몇 달 간 서서히 불이 꺼져가는 집결지를 목격해왔지만, 여전히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듯 했다. 그는 “불이 꺼진 완월동이 여전히 낯설다. 한편으로 가슴이 벅차면서도 또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밤, 전국 최초이자 부산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서구 충무동 일대 ‘완월동’ 거리를 찾았다. 지난해만 해도 40곳 가까운 성매매 업소가 이곳에서 손님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지금 문을 연 곳은 고작 3곳뿐이다. 전체의 50% 업소가 이미 문을 닫았거나 사실상 영업을 포기한 상태다. 남은 업소들도 단속이 심해지자 간헐적으로 문을 열 거나 아예 문을 닫고 전화로 단골만 받는 상태로, 사실상 폐업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까지 40곳가량 영업했으나 홍등은 꺼지고 몇 집 불빛만 비쳐 5층 벽돌집엔 매매 전단 나붙어

 

공공개발 추진·강력 단속에 손들어 탈성매매 도움 단체에 요청 잇따라 동행 여성단체 직원 “가슴 벅차다”


사람들도 떠났다. 평소라면 자정부터 오전 1시까지 ‘사파리’들로 거리가 북적거렸을 것이다. 사파리는 업소를 찾아 기웃거리는 이를 부르는 일종의 업소 용어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에선 마주치는 이가 없다. 손님들을 실어 나르던 택시들도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 동안 승용차 2대만 완월동을 오갔다.

 

완월동 중심의 5층 규모의 붉은 벽돌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이 곳은 규모가 크다 보니 자연스레 항상 사람이 붐비는 업소였다. 지금은 건물 전체에 불이 꺼져 있었고, 1층 창가엔 커다란 글씨로 ‘매매’라 적힌 광고지가 붙어 있었다. 그렇게 잘나가던 업소들이 영업을 포기했다는 건, 이미 현장에선 완월동 폐쇄가 사실상 시작됐다는 걸 의미한다. 여성인권단체 살림 관계자는 “예전에도 단속이 있으면 문을 잠그고 단골을 따로 불러 은밀히 영업을 했는데, 아예 건물을 통째로 비워 폐업한 건 이 구역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완월동의 불이 꺼진 건 코로나19 여파도 있겠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다. 현장에서 만난 업소 관계자는 “부산에 코로나 환자가 많이 발생한 2월 말이나 3월 초에 비해 지금 더 손님이 없다”며 “단속도 확실히 세졌고, 시에서도 개발계획을 세웠다고 하고, 이래저래 다들 이제 진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서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 여러 곳에 ‘전기공급 제한·정지 알림’ 딱지가 붙어 있는데, 오랫동안 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완월동 홍등가의 불은 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100년 전 일제강점 하에 일본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져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폐쇄 시도가 있었고 지난 2005년과 2013년에도 재개발과 도시재생 등의 사업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업주들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내세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고 여론을 무마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완월동의 착취적이면서도 막대한 수익구조가 알려지고, 경찰도 이전과 달리 전 경찰서를 동원해 강도 높은 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단속 뒤 업소 2곳의 건물에 최초로 기소 전 몰수 보전 인용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수익 내역을 추적해 업소 건물주의 재산을 몰수하는 건 부산에서 처음있는 일이었고, 업주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12월엔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조례가 부산시의회를 통과해, 업주들은 더이상 불법 성매매를 변명할 논리를 잃게 됐다. 지난 3월 부산시는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을 선정하면서, 부산 16개 지역 중 완월동을 가장 ‘재생’이 필요한 지역 1순위로 뽑았다. 완월동 일대를 공공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완월동 폐쇄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최근 완월동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현장지원센터 ‘살림’에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들의 수가 최근 4배 가까이 늘었다. 살림 관계자는 “조례가 만들어지고 나서 이에 대해서 문의하는 건수가 늘었다”며 “업소들이 여성을 추적할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여성들이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완월동의 한 건물주는 “해운대 609 같은 경우는 완월동과 다르게 1층의 단층 건물이라 빠르게 개발됐다”며 “하지만 이곳은 5~7층의 기업형 업소라고 보면 된다. 이곳이 문을 닫은 건 황당할 정도다”고 말했다. 완월동의 영업형태와 건물 구조상 다른 집결지보다 업종 변경이나 공공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폐쇄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50318232826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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