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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시선] 완월동의 미래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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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8-24 09:36 조회2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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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성매매 업소 폐쇄가 건물주와 불법 성매매 업주들의 배만 불리지 않으려면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부산일보DB
완월동 성매매 업소 폐쇄가 건물주와 불법 성매매 업주들의 배만 불리지 않으려면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부산일보DB

 

얼마 전 해운대에 새로 들어선 모델하우스에 다녀왔다. S건설사가 짓는 지상 38층 규모의 럭셔리한 생활형 숙박시설이었다. 마치 배 위에라도 올라선 것처럼 해운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이 숙박시설이 들어설 위치를 꼬치꼬치 묻다 해운대 609 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609 도롯가에 있던 건물들은 지난 2월 모두 철거했단다. 부산이 자랑하는 관광지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의 남 보기 민망한 시설이 사라졌다니 잘된 일이기는 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거기서 일하던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건물주만 이익 챙기는 민간개발

609는 한국전쟁 때 성매매 집결지로 형성됐으니 역사가 70년이나 된다. 1971년까지 해운대 인근에 주둔하던 미 609 수송부대에서 이 거리 이름이 비롯됐다. 해운대구가 지난 6월 3일 609 폐쇄를 공식적으로 선포하며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해운대구도 ‘609 폐쇄를 위한 지역협의체’를 설치하는 등 나름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역시나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이라는 빼어난 입지를 보고 등장한 민간 사업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곳의 보상가는 평당 3000만~5000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민간개발로 건물주와 불법 성매매 업주들은 막대한 개발 이익을 챙긴 것이다. '내 건물과 업소를 내가 파는데 누가 뭐라고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성매매에 이용된 건물은 범죄수익 대상으로 보고 몰수할 수 있다. 부산지검은 지난 6월에도 완월동과 동래구 과부촌 등지에서 성매매업소에 건물이나 토지를 제공한 건물주들을 찾아내 부동산을 몰수보전했다. 609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완월동을 비롯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고 한다.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다. 서울의 청량리 588과 대구 자갈마당에는 부산보다 먼저 민간개발 바람이 불었다. 재개발로 업주들은 한몫 단단히 챙겼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불법 성매매 업주들만 큰돈을 벌고, 착취당하는 여성들은 더 음지로 숨어드는 민간개발 외에는 집창촌 폐쇄의 출구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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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의 밤거리와 생존권 요구 집회 모습. 부산일보DB
완월동의 밤거리와 생존권 요구 집회 모습. 부산일보DB 
       

■도시 재생이라는 대안의 가능성

부산 서구청은 지난해 완월동 폐쇄를 기정사실화하고, 일대 공공개발 계획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그 틈을 타고 일부 업소의 영업이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다. 완월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단체들과 부산연구원은 완월동 폐쇄 뒤 도시재생적 접근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이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에서 성매매집결지 선미촌 해체와 재구성에 대한 발표로 화두를 던졌다. 선미촌 폐쇄는 전주시가 주도하고 민간이 협력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전주시가 성매매 집결지 한가운데 있는 건물들을 사들여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현장 시청을 차리자 업소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시는 이 건물들을 기억의 공간, 문화센터, 업사이클센터, 예술가 책방, 전시관 등으로 바꾸고 있다. 선미촌은 '서노송동 예술촌'으로 변신 중이다. 여성들을 성착취했던 건물이 성평등 플랫폼으로 바뀌었다니 참으로 극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선미촌 정비 민관협의회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전주시장 후보들에게 선미촌과 관련된 정책을 제안하며 시동이 걸렸다. 전주시장의 공약으로 채택되어 전주시가 발 벗고 나서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산연구원이 완월동의 도시재생 방안을 담은 보고서에서 주목한 일본 요코하마 코가네초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법 매춘 영업소가 260곳이 넘었던 코가네초는 2005년 강제철거를 하면서 유령도시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자 요코하마시는 성매매 거리를 예술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다소 엉뚱한(?) 정책을 추진했다. 성매매 점포를 개조해 만든 공간에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임대사업도 벌였다. 결과는 세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현대전시회 '코가네초 바잘'은 예술과 재생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속되고 있다. 코나네초 바잘을 이끈 총감독 야마노 신고 씨는 한 인터뷰에서 “마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의 매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이익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공공의 이익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단순히 이익을 위해 집을 부동산 업자에 팔아 버리는 것은, 매력 없는 마을로 돌아가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근현대사로 관점을 바꾸면

완월동은 그동안 2차례 폐쇄와 재생의 기회가 있었으나 실패했다. 2008년 완월동 지역을 포함해 추진했던 뉴타운사업지구의 해제에 따라 전면철거에 의한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은 불발되었다. 2013년에도 개발 용역까지 했지만 공모에서 탈락해 다시 무산되었다. 업소 관계자들은 완월동 폐쇄 관련 동의서를 제출하고 지금도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완월동 주민, 업주들, 성착취 여성, 시민단체의 생각이 달라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부산시와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는 완월동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시민과 함께 공감하고 추후 재생 방향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완월동 일원 골목재생 리빙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완월동 재생에 대한 시민아이디어 공모도 받고 있다.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 변강훈 원장은 “상처를 버리면 축복이 온다는 말이 있다. 전주에서 선미촌 도시재생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가능하다. 업주들에게도 재생의 가치에 맞는 것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기간 완월동을 취재해 온 〈부산일보〉 박혜랑 기자는 “완월동에는 최초로 유곽이 옮겨 온 장소가 공터로 남아 있다. 적산가옥을 비롯해 근현대사를 볼 수 있는 자료도 놀랄 정도로 많다. 윤락보다 근현대사라는 쪽으로 초점을 바꾼다면 도시재생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수진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기획실장은 “완월동 폐쇄와 재생을 위해 시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이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겠다”라고 밝혔다.


■완월동 문제 해결 부산시 의지가 관건

완월동은 예전 두 차례의 실패 사례가 보여주듯이 해운대 609와 달리 재개발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완월동 주변 도로 폭이 좁아 고도제한에 걸려 개발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만약 고도제한이 풀리면 완월동 일대의 건물은 일거에 다 팔리고 철거 후에는 재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609나 청량리 588 사례에서 여실히 보았다. 이곳에 아파트를 짓고 상업지역으로 개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완월동 도시재생에 시민단체가 힘을 모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어 보인다. 서구청은 최근 완월동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고, 부산시의 로드맵은 없는 답답한 상태다. 완월동 일대에서 자랐지만 이곳에 오기가 두렵다는 부산 중구 김시형 의원은 "완월동의 역사를 고려한 재개발로 완월동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 파급력 있는 공약이 될 수 있다"며 완월동 문제를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지역 공약으로 내걸자고 제안했다. 전주시와 요코하마시의 사례를 봐도 시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부산시가 부산시민을 위해서라도 완월동 폐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 공약으로 완월동 문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정치권에 요구한다.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8191845032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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