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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착취 피해여성들을 기억한다 -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20주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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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9-09 15:57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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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성매매/성착취문제가 젠더기반 여성폭력임을 확인해 주면서 우리 사회 일대 변화를 요청한 대표적인 사건은 2000년 9월 19일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다.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 군산 대명동 일명 ‘쉬파리골목’이라는 성매매 집결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의 여성이 사망한 지 올해로 20주년이 되었다. 제27회 시드니 올림픽이 9월 15일부터 열리고 있던 시기로 9월 19일 발생한 중소도시의 일명 ‘윤락업소’ 화재 사건은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아닌 화재 사건에 불과했다.

모든 언론은 올림픽을 중계하는 상황에서 단순 사고로 묻힐 뻔했던 대명동 화재 참사는 ‘여기에 사람이 있었다, 여성들이 감금, 착취, 인신매매된 상태로 성착취 피해를 입었다’는 유가족과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이 찾아낸 여성들의 일기장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화재 참사가 있던 건물은 ‘쉬파리 골목의 입구이면서 끝’인 구 시장 도로에 위치한 평범한 3층 건물로 20년 전 오전 9시 15분께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났고 그 안에 있었던 여성 5명은 모두 희생됐다. 뛰어내려도 될 높이였건만 2중 쇠창살로 막힌 창문과 좁은 미로 같은 내부구조는 처음부터 탈출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사건의 진실은 경찰 수사를 통해서 밝혀진 것이 아닌 여성들이 그 안에서 힘들게 적어놓은 작은 메모와 일기장을 통해서였다.

‘몸이 내 몸 같지 않아. 너무 피로에 쌓였어. 쉬어야 하는데 단 하루라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전화가 너무 하고 싶었어. 엄마 나 좀 데려가라고 나 힘들다고. 그리고 외롭다고.’ ‘곧 봄이 올 텐데. 언니가 너무 보고 싶다...빨리 빚을 갚고 내가 사랑하는 언니를 만나러 가고 싶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근데 몸이 너무 지쳤어. 아침에 눈 뜨기가 겁이 나. 나에겐 너무 고통이야.’ “하느님.. 제발 도와주세요” (대명동 희생자 일기 중)

단속 의무를 가진 경찰은 오히려 상납과 뇌물, 떡값 등의 명목으로 업주와 유착되어 단속 무마를 넘어서 화재참사 당시 업주 도피를 도와주기까지 했다.

선불로 ‘땡겨’ 온 빚의 이자는 원금 상환과는 별도로 갚아나가야 했고 높은 방값(한 평 정도의 방값이 당시 70만원), 옷값, 세탁값 등의 각종 명목으로 여성들은 성매매 강요와 착취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여성들은 우리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구조 요청신호, 절규를 알아채지 못했다. 결국 죽음으로 그 외침을 우리는 알게 됐다.

그러나 성착취 현장의 상황은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 업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성산업의 확산과 국가의 묵인, 방조 속에 성착취 현장은 여성의 몸을 재화로 엄청나게 몸짓을 불려 나갔고 여성들의 인권상황은 더욱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는 그 현장을 우리 앞에 드러냈고 사회적 책임을 요청했다.

“날고 싶다. 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 베란다 중앙에 새장을 보았다. 외로이 새 한 마리가 보였다. 날 보는 것 같았다. 창살 틈으로 새가 말한다. 짹짹... 그 모습은 내 모습이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남들이 알아들으며 어떠한 방법을 가르쳐 줄 텐데... 아무도 모른다. 새의 울부짖음을. 그런 새를 보며 나 역시 울고 있다.” (대명동 희생자 일기 중)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과 죽음 위에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고 성매매피해자 등에 대한 보호와 지원시스템을 만들어나갔다. 성산업 확산을 막아내고 여성들의 인권을 지켜내고자 성매매여성에 대한 불처벌(성매매여성 비범죄화)과 수요 차단(성구매자 처벌 강화)을 중심으로 우리는 꾸준히 요구하고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젠더기반 여성 폭력에 대응하라는 여성들의 외침에 응답하는 속도와 정책은 여전히 미약하고 성별 불평등한 구조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기술적 변화를 이용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수많은 성산업 영역이 만들어지고 소녀와 여성들을 더욱 취약한 상태로 내몰면서 성착취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팬데믹 시대, 코로나19는 모든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빠른 기술적 변화는 사이버/디지털 성범죄의 양산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여성들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차별의 가장 극심한 표출이며 코로나19 위기로 더욱 악화된 지속적 전염병”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한 봉쇄 조치와 과중한 의료 및 법 집행 시스템으로 인해 폭력에서 살아남은 여성과 소녀들이 간과되고 있다”고 알디자나 시식(Aldijana Sisic, UN신탁기금책임자)은 지적하고 있다.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 20년, 우리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날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부활’하라며 눈물과 한숨으로만 보냈던 이름 없는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여성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참혹했던 여성 착취의 공간에서 ‘도와달라’는 외침에 응답하는 것은 ‘여성 인권의 역사로 생생하게 역동하는 공간’으로 되살아나 새로운 희망의 자리, 여성의 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일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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