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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탈성매매’는 가능한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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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02 10:20 조회1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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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북창동 거리에 유사 성매매 업소 간판.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욕구를 충족하려는지에 따라 성매매는 방식을 변형한다. 최유진PD

서울 중구 북창동 거리에 유사 성매매 업소 간판.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욕구를 충족하려는지에 따라 성매매는 방식을 변형한다. 최유진PD

“남성 구매자들은 옅은 화장을 한 여성이 반갑게 자신을 맞아주기를 바랍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구매자의 여자친구인 것처럼 연기해야 해요. ‘오피스텔’의 특성은 ‘여자친구 모드’죠. 여성들의 감정노동은 극대화 형태로 더 긴 시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남성들의 또 다른 판타지를 충족하는 통로를 만든 것이죠.”(유나 활동가) 

‘오피’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성매매는 최근 10년 사이 일반화된 업종이다. 오피스텔 건물의 방을 대여해 간판 없이 장소를 옮기며 영업한다. 술을 팔거나 접대는 하지 않는, 오로지 성매매 행위만으로 움직인다. 매매 과정과 후기 공유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욕구를 충족하려는지에 따라 성매매는 방식을 변형한다. 

성을 구매·판매·알선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성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매매특별법’을 만든 지 16년이 지났다. 하지만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며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했다. 8조 혹은 13조, 때로는 30조원으로 추산되는 한국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우리 주변에 일상화된 모습만으로도 체감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탈성매매는 가능한 이야기일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유나 활동가과 혜진 활동가에게 2020년 성매매 산업에 대해 질문했다. ‘이룸’은 2005년부터 성 판매(경험) 여성이 성매매 과정에서 겪는 피해를 상담하고 여성들의 의료·법률 등의 지원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 성매매는 불법이었고 지금도 불법이지만 활황인 산업입니다.

 

혜진 = 법으로 처벌하는 ‘성매매’는 ‘성기 삽입’을 기준으로 규정해요. 소위 ‘2차’가 불법인 거죠. 그런데 ‘성기 삽입’만이 성매매는 아니잖아요. ‘2차’가 있다는 건 ‘1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유흥업소와 룸살롱에서 이뤄지는 접대 문화 등 ‘1차’는 법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요. 신고가 들어와 업소를 단속해도 “‘2차’는 둘(성 구매자·판매자)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많은 유흥업소는 빠져나갈 수 있죠.
 

유나 = 유흥산업을 빼고 성매매 산업을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조건 만남’이나 ‘변종’으로 불리는 ‘키스방’,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성매매가 많아졌다고 해도 비중이 크지 않아요. 이런 성매매는 다 합해도 절반도 안 됩니다. 성매매 산업의 탄탄한 뒷배는 유흥산업이에요. 그런데 유흥산업이 합법이잖아요. 국가가 역사적으로 양성해 온 사업이기도 해요. 정부가 기생관광, 기지촌을 만들어 부양해 왔고요. 법에서 ‘유흥접객원’은 ‘부녀자’만 할 수 있게 돼 있어요.(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 (국가에 의해) 이 같은 성차별적 근거가 유지되고 있는데 유흥산업을 규제하지 않고 성매매 산업의 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을까요. 노래방과 단란 주점에 가면 도우미가 나오고 (유흥가에서) 여성을 그려놓은 간판을 보면 ‘아가씨 부르는 곳’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잖아요. 일상화된 성매매 산업이죠.
 

정부는 외화벌이를 위해 매춘관광을 장려했고, 외국 관광객을 접대하는 여성을 위한 등록증을 발급해 등록증을 가진 접객 여성만 호텔에 출입하도록 했다. 1972년 10월5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접객녀 등록증 제시 관광협서 중지시달’ 기사.

정부는 외화벌이를 위해 매춘관광을 장려했고, 외국 관광객을 접대하는 여성을 위한 등록증을 발급해 등록증을 가진 접객 여성만 호텔에 출입하도록 했다. 1972년 10월5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접객녀 등록증 제시 관광협서 중지시달’ 기사.

1971년 미8군 기지촌 위락 업소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미8군 기지촌 위락 업소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 남성들의 ‘놀이 문화’와 여성들의 ‘아가씨 노동’
 

‘1차’는 ‘2차’로 쉽게 연결되며 ‘1차’가 ‘2차’를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유나 활동가는 “‘1차’는 ‘2차’의 필수적 구성 요건”이라며 “‘2차’로 가는 길에 남성들은 성적 스릴을 위한 ‘연애’의 포장으로 ‘아가씨’의 다정함을 원한다”고 했다.(유흥산업의 ‘1차’ 영업전략과 여성의 ‘아가씨 노동’·황유나 석사학위 논문) ‘여성의 시간을 돈으로 사서 지불한 만큼 어떠한 성적 요구도 할 수 있다.’ 두 활동가는 이 같은 시각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유흥산업을 남성들의 놀이 문화로 인정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가 성매매 산업을 키웠다고 했다.
 

-성매매 산업의 구조 안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겪는 폭력과 성폭력들을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왜 여성들의 폭력은 피해로 인식되지 않을까요.

 

혜진 = 성폭력뿐 아니라 스토킹, 절도, 사기, 사채업자의 불법 채권추심 등도 있어요. 성 구매자가 돈을 주지 않거나 뺏어가기도 해요. 불법촬영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폭력은 (가해자가) 성매매 여성들이 함부로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성매매 사실을 밝혀지면 여성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무기이고 협박으로 작동하는 것이죠.
 

유나 = 성매매 여성들이 성폭력을 신고하면 경험상 10건 중 9건이 돌연 성매매 사건으로 전환됩니다. 여성은 분명 성폭력 피해자로 신고했지만, 자신이 피의자가 되는 성매매 사건이 되어버려요.
 

혜진 = 경찰서에 가면 ‘이 사건 계속 진행하실 거예요? 그럼 본인도 성매매로 처벌받을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듣죠.
 

유나 = 수사기관이 성매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드러나는 거죠. 상대방 남성은 피의자로서 성 구매도 하려고 했고, 성폭력도 있으니까 가중처벌되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성 구매의 형량이 낮으니 성폭력이 아니라 성매매였다고 얘기해요. 경찰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여성들이 돈을 받았기 때문에 그 공간에서 일하는 어떤 일들도 폭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 성 구매 과정의 성폭력 사건인 것 같습니다.
 

혜진 = 반성매매 활동가들은 n번방 사건을 보면서 기시감 같은 것을 느꼈어요. 룸살롱과 성매매 현장에서 이뤄지던 폭력이거든요.
 

유나 = 여성을 착취하고, 여성을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남성들의 집단적인 놀이 문화가 되어온 역사가 있죠. n번방 사건은 많은 여성들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해요. 더 논의돼야 할 부분은 ‘동의했다’ 혹은 ‘이미 돈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그래서 남성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폭력이 아닐 수 있다’고 ‘착각’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n번방’과 ‘벗방’에 대한 여론 차이를 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동의’와 ‘폭력’의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어요. ‘남성들이 어쩌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야 해요. 왜 ‘n번방’이겠어요. 27만 명의 관전자, n개의 방, 4만 개의 유흥업소. 수많은 업소가 돈을 벌면서 생존하고 있는 배경에는 남성들이 폭력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구조가 있죠.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유나 활동가와 혜진 활동가에게 2020년 성매매 산업에 대해 질문했다. ‘여성의 시간을 돈으로 사서 지불한 만큼 어떠한 성적 요구도 할 수 있다.’ 두 활동가는 이 같은 시각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유흥산업을 남성들의 놀이 문화로 인정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가 성매매 산업을 키웠다고 했다. 최유진 PD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유나 활동가와 혜진 활동가에게 2020년 성매매 산업에 대해 질문했다. ‘여성의 시간을 돈으로 사서 지불한 만큼 어떠한 성적 요구도 할 수 있다.’ 두 활동가는 이 같은 시각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유흥산업을 남성들의 놀이 문화로 인정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가 성매매 산업을 키웠다고 했다. 최유진 PD

성매매는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의 1 대 1 거래로만 설명할 수 없는 거대 산업이다. 생산활동 인구의 4% 수준인 100만 명이 넘는 성매매의 직·간접 관련 종사자의 수입이 25%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가 1% 하락한다는 분석도 있다.(<레이디 크레딧> 중에서·NICE 신용평가 이슈리포트 2004년12월13일자) 유나 활동가는 “성매매 산업이 부흥하는 이유는 딱 하나”라고 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 성매매 산업의 ‘아가씨 장사’와 ‘아가씨 대출’
 

대규모 기업형 성매매 업소가 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때와 비슷한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었는지 분석한 책 <레이디 크레딧>에서 저자는 성매매가 ‘아가씨 장사’면서 동시에 ‘이자 장사’라고 말한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라는 불법 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을 무효로 규정해 성매매 여성들의 선불금 상환 의무를 없앴다. 이에 따라 성매매 산업의 운영자들은 “성매매와 빚의 연관성을 중간에 끊어버렸”고(유나) 성매매 산업은 ‘금융화’되기 시작했다고 책은 설명한다.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악덕 포주’가 아닌 사채업자, 은행이라는 금융 주체들이 채권자가 되어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이들은 ‘아가씨 대출’과 ‘유흥업소 특화 대출’ 등 촘촘히 짜인 부채 관계를 통해 여성들을 ‘돈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몸’으로 고착시키고 성매매 산업에서 더욱 빠져나지 못하게 한다.
 

- 성매매 여성들이 ‘자유롭게’ 일하며 ‘고소득’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성매매 산업이 여성들을 그렇게 유인하고 있기도 하고요.

 

혜진 = 성 산업이 경제적 빈곤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쉽게 파고들어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선불금’이거든요. 당일 지급. 어떤 아르바이트도 첫날 돈을 받을 수 없잖아요. 성매매 여성 입장에서 시장에 유입된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죠. 최저임금밖에 받을 수 없지만, 그 이상의 돈이 필요한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유나 = ‘자유’와 ‘고소득’ 모두 왜곡되어 있죠. 실제로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 고소득인가? ‘그렇지 않다.’ 성매매 여성들이 일수·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은 80~100일 사이 원금과 이자와 합해서 갚아야 해요. 선이자도 뗍니다. 대체로 연이자로 따지면 60~130%로 굉장한 고리이고 선이자 등 수수료도 불법이지만 채무자들도 받아들여요. 성 산업 안에서는 문화처럼 되어있어요. 또 업주가 직접 대출하지 않죠. 성매매 산업의 경계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빌려주는 것이죠. ‘성매매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성매매 여성인지 몰랐다’고 충분히 변명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 업소에 대한 경찰의 집중 단속이 이뤄졌던 2008년 9월 서울 장안동 유흥가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성매매 업소에 대한 경찰의 집중 단속이 이뤄졌던 2008년 9월 서울 장안동 유흥가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 성매매는 여성의 빈곤과 경제 문제
 

‘쉽게 돈을 번다.’ ‘명품백을 사려고 시작했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흔한 비판이다. 유나 활동가는 여성들이 성매매 산업에 유입되는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임에도 “경제성을 탈각”했다고 했다. “빈곤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사회에서 들리지 않아요. 특히 20~30대 여성들의 빈곤을 사회복지 체제가 해결하지 못하죠. 복지의 사각지대를 파고든 것이 성매매 산업인 것이죠.” <레이디 크레딧>에서 저자는 다른 노동과 조건과 비교한 ‘경제적 계산’을 거쳐 성 산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계산은 여성의 노동시장이 점점 불안정해지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경제적 문제는 전형적인 ‘빈곤’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가정 폭력이나 이혼 등으로 가족 지원이 끊겨 성매매로 유입되는 경우도 많지만, 자신이 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생활비가 필요한 여성들도 유입된다. 혜진 활동가는 이때 “‘다른 일이 있는데도 쉽게 몸을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한다’는 잣대가 가해진다고 했다.
 

혜진 = 극심한 결핍의 상태의 빈곤일 수도 있고,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아르바이트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다 경제적 문제에서 선택하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에게) ‘남자들은 건설 노동이나 편의점 알바라도 한다’며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 비판의 기준은 ‘여성이 음란하다’는 잣대밖에 없어요.
 

유나 = 빈곤이 어떤 성별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한국 사회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흔히 떠올리는 ‘빈곤한 상황’은 특정한 성별, 특별한 세대, 일정 조건에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일 수 있어요. ‘빈곤한 여성’의 이야기는 쉽게 떠오르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왜 내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인정되는 상황입니다. 언어가 없으니까 여성들의 빈곤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해요.
 

대규모 기업형 성매매 업소가 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때와 비슷한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었는지 분석한 책 <레이디 크레딧>에서 저자는 성매매가 ‘아가씨 장사’면서 동시에 ‘이자 장사’라고 말한다.

대규모 기업형 성매매 업소가 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때와 비슷한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었는지 분석한 책 <레이디 크레딧>에서 저자는 성매매가 ‘아가씨 장사’면서 동시에 ‘이자 장사’라고 말한다.

■ 성매매 산업의 여성과 남성 종사자, 젠더 권력이 정해 놓은 위치성

- 성매매를 둘러싼 남성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성을 판매한 여성들의 실제 경험은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았어요. 최근에야 지원 활동을 하셨던 분들이나 당사자의 목소리가 서적 등을 통해 나옵니다. 

 

혜진 =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워낙 심하니까요. 남성의 시각에 쓰고, 이야기하는 성매매 서사가 너무 방대하고,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서 쓴 서사를 접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어렵죠.
 

유나 =얼마를 버는지, 예쁜지, 몇 살인지, 이런 식의 사정들만 궁금해하죠. 성매매 산업 구조 속에서 여성들을 어떤 위치에 처하게 되는지 실제 경험에 관한 이야기는 없어요. 문란한 여성이라거나,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선택이라는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이야기뿐이죠.
 

- 빈곤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다른 선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성매매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혜진 = 가난한 남성들도 성 산업에 유입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남성들은 성 판매자의 형태보다는 운전사, 웨이터, 실장, ‘삼촌’이라고 불리는 관리자의 역할을 맡습니다. 성매매 산업 안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위치성은 굉장히 다릅니다. 관리자와 업주의 역할을 하는가. 돈을 끌어오는 여성의 역할을 하는가.
 

유나 = 똑같이 빈곤하고, 똑같이 빚을 지더라도 해결하는 방식에서 젠더 권력이 드러납니다. 빈곤한 남성들은 ‘조건 만남’을 중개하는 것으로 (성매매 시장에서) 시작하기도 해요. 기초 자본 없이 주변 또래 여성들을 모으기만 하면 모텔비와 성 구매 비용은 모두 남성 구매자들이 제공하잖아요. 여성은 성 구매를 하든 성 판매를 하든 그냥 문란하고 음란한 여성이 됩니다. 사회적 처벌과 시선이 있기에 (성매매는) 여성들의 집단적 놀이문화가 될 수 없어요. 남성들은 성 구매가 집단적인 놀이 문화가 되었고,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의 내용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사회가 용인하고 간혹 장려하기도 하죠.
 

서울 중구 북창동 거리에 유사 성매매 업소 간판.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욕구를 충족하려는지에 따라 성매매는 방식을 변형한다. 최유진PD

서울 중구 북창동 거리에 유사 성매매 업소 간판.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욕구를 충족하려는지에 따라 성매매는 방식을 변형한다. 최유진PD

■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해진 ‘음란’의 잣대와 차별, 혐오
 

정부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하며 성 판매자뿐 아니라 구매·알선자와 성매매 장소의 건물주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의 근거를 만들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직후인 2007년부터 3년간 성매매 여성이 단속에 걸려 기소까지 이어진 비율은 23.2%(2013년 경찰청 기준)로, 성 구매 남성 기소율(17.3%)보다 높았다. 성매매 여성들 중심으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다. 법이 의도한 것이 아닐지라도 단속의 방식과 현실은 여성들을 향한다.
 

-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유흥업소의 영업 중단과 재난지원금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성매매 여성들은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유나 = 유흥업소 영업도 마찬가지로 대면 노동이 갖는 맹점이 있죠.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업무이고요. 여성들도 일을 나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업소가 폐쇄됐을 때, 당장 생활할 수가 없고 갚아야 하는 빚이 있어요. 이자를 계속 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생활비가 충당되지 않을 때 방법이 없는 거죠.
 

혜진 = 코로나 사태에서도 업소를 둘러싼 이야기는 업주들의 목소리가 대표성을 가져요. 여성들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저희도 코로나 지원 문제를 어떻게 가시화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재난지원금을 받으려면 소득이 감소했다는 증거, 즉 ‘일을 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성매매 여성들은 그 흔적을 지우는 게 일이잖아요. 현행 성매매 지원 체계가 의료·법률이나 직업훈련, 심리 상담 등에 국한된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필요한 건 오히려 경제적 문제인데도요.
 

유나 =여성들이 언제든 성매매가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서 그만둘 수 있는 환경을 사회적으로 구축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금은 공격을 받아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는 다른 반응입니다. 성매매를 젠더 폭력의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혜진 = 성매매를 성차별적 산업의 문제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음란’의 잣대로 인한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니까 “이 사람들을 세금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공격들이 계속 작동하는 것 같아요.
 

서울 시내 밤 거리의 불빛. 최유진 PD

서울 시내 밤 거리의 불빛. 최유진 PD

■ 성 판매 여성들이 아닌 한국 사회가 ‘탈성매매’ 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여전히 성매매를 사회의 문제로 직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유나 = 한국 사회는 받아들여야 해요. 여성의 성과 신체를 착취하며 경제적 성장을 이뤘고, 지금도 그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요. 성매매 산업이 이렇게까지 부흥하고, 빈곤한 여성들이 성매매를 선택하게 된 데는 정부 정책이 큰 역할을 했어요. 기지촌에서, 집결지에서 기생관광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상품화할 것을 요구받고 착취되어왔던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같이 살고 있어요. 이 여성들의 삶을 국가는 책임지고 있지 않거든요. 이것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더 구상해야 해요. 현재 정부의 지원은 그에 비해선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봅니다.
 

혜진 = 성매매 현장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니 여성들의 이야기는 타자화되기 쉬워요. 저희가 접하는 것도 굉장히 일부겠지요. 여성들의 경험이 공론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들의 몫이라면, 일상에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듣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에 어디든 성 판매 경험을 한 여성이 있을 수 있어요. ‘경험을 말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태도를 미리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성을 구매한 남성들은 사회적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죠.(그래서 남성들의 성 구매 경험은 공유된다.) (여성들이) 어떤 선택이든 존중하며 (성매매 여성들을 향한) 부당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 한국에서 탈성매매는 가능한 일일까요.
 

 

유나 = 여성들의 탈성매매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탈성매매가 목표가 되어야죠. 해결법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성매매 산업 내에서만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여성들이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일할 권리’을 찾는 것으로 빠지기 쉽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누구나 안전하게 성을 팔 수 있는 세상’은 아니잖아요. 성매매 산업이 소위 ‘정상 경제’라고 불리는 시장 경제의 산업과 분리되어 있지 않거든요. 사회 일부로서 운영되고 있어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구조를 어떻게 전환할지 같이 노력해야 하는 거죠.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0281900001&code=940100#csidx62e081bcc39a6698135cd90b2c7c4fc onebyone.gif?action_id=62e081bcc39a66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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